포스텍 연구팀, 혈당 측정과 함께 인슐린 투여 가능한 렌즈도 개발… 전력 공급·이물감도 해결
연세대 연구팀, 렌즈에 LED 넣어 혈당 오르면 불빛 꺼지도록 설계
지난 16일 세계 최대의 인터넷 기업 구글이 혈당(血糖) 측정용 '스마트' 콘택트렌즈 개발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실험실 조건에서는 혈당 측정에 성공했지만 실제 상황에서는 안정적으로 혈당을 측정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도 손들은 기술에 한국 과학자들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포스텍 한세광 교수는 구글이 개발하던 것과 같은 방식의 콘택트렌즈를 개발해 내년부터 임상시험에 들어간다. 연세대 박장웅 교수는 전극, 안테나까지 휘어지는 소재로 만든 스마트 렌즈를 개발했다. 렌즈 없이 빛으로 눈물 속 혈당을 알아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국내에서 나왔다.
◇혈당 측정하고 약물 분비하는 렌즈도
당뇨 환자는 하루에도 몇 번씩 혈당을 측정해야 한다. 보통 손가락 끝에 바늘을 찔러 피를 뽑아낸다. 어른들은 통증을 거의 느끼지 못하지만 소아 환자에게는 고통의 순간이다.
과학자들은 혈액과 마찬가지로 눈물에도 글루코스라는 당분이 녹아있다는 데 주목했다. 당분이 센서의 당분해효소와 결합하면 과산화수소가 발생한다. 과산화수소는 이후 수소와 산소로 나눠지면서 전자를 내놓는다. 이때 발생하는 전류를 측정하면 혈당의 변화를 알아낼 수 있다.
한세광 교수는 "국내 콘택트렌즈 제조업체인 인터로조와 함께 혈당 측정용 콘택트렌즈의 상용 제품을 만들어 내년부터 소규모 환자 대상으로 임상시험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한세광 교수는 혈당 측정과 함께 혈당을 낮추는 인슐린 투여 기능까지 갖춘 콘택트렌즈를 개발했다. 센서 옆에 약물을 담은 미세 약통을 추가한 것이다. 내년에는 일단 혈당 측정 기능만 시험하고, 추후 인슐린 분비까지 추가하겠다고 밝혔다.
구글은 2014년부터 스위스 제약사 노바티스와 콘택트렌즈 방식의 혈당 측정 기기를 개발해왔다. 콘택트렌즈 사이에 코일과 초소형 센서, 칩 등을 넣어 혈당 측정이 가능하도록 했다. 문제는 딱딱한 하드 렌즈로만 만들 수 있어 착용감이 좋지 않다는 데 있었다. 또 센서에 전류를 흘려야 당분으로 인해 전류가 변하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이를 위한 전력 공급 문제도 상용화의 발목을 잡았다.한 교수는 스마트폰을 무선 충전하듯 혈당 인식기를 눈앞에 대면 렌즈의 코일과 서로 반응해 충전되도록 했다. 배터리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또 코일과 센서, 전자회로를 잘 휘어지는 기판에 넣고 부드러운 소프트 렌즈 사이에 삽입했다. 이물감이 없도록 한 것이다. 사실 의료법상 채혈식 혈당 측정만 환자가 할 수 있어 한 교수의 스마트 렌즈는 국내에서 상용화가 불가능했다. 하지만 애써 개발한 의료 신기술이 규제로 인해 사장될 위기라는 지적〈본지 5월 30일자 A5면 기사 참조〉이 나오면서 정부가 법적 걸림돌을 제거하기로 결정했다.완벽한 '소프트' 방식의 스마트 렌즈를 구현한 기술도 나왔다. 박장웅 연세대 교수는 지난 1월 울산과학기술원(UNIST) 재직 당시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스'에 발광다이오드(LED)를 갖춘 혈당 측정용 콘택트렌즈를 발표했다. 평상시에는 LED에 빛이 나는데, 눈물의 혈당이 기준치 이상으로 높아지면 불빛이 꺼져 금방 알 수 있게 했다.특히 박 교수는 콘택트렌즈의 착용감을 높이기 위해 전극과 안테나를 모두 신축성 있는 소재로 만들었다. 덕분에 구부러져도 전자회로가 손상 없이 본래 성능을 유지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