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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 [과학TALK] ‘K-콘택트렌즈’ 나올까… ‘당뇨 잡기’부터 스트레스·우울증까지 도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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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전문가 "피보다 채취 쉬운 눈물, 다양한 건강지표 물질 포함" 식약처 "콘택트렌즈로 당 측정하는 시대"… 韓 기업 "내년 임상 목표" 구글 포기했지만 美 CNBC "혈당 측정기기 시장 게임체인저될 것" 스트레스·콜레스테롤 측정부터 우울증 치료까지 연구 범위 확대 중 콘택트렌즈(렌즈)가 웨어러블 의료기기로의 진화를 꾀하고 있다. 눈물 속에 섞인 포도당(누당·淚糖), 호르몬, 기타 단백질 성분 등의 농도를 측정해서 건강 상태를 체크하거나 약물 주입을 통해 치료까지 하는 식이다. 1971년 처음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인증을 받고 상용화된 소프트 콘택트렌즈가 앞으로는 투명·유연한 센서·안테나·배터리를 탑재해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에 헬스케어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을 전망이다. 시력 향상 렌즈에서 다기능 헬스기기로 변신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당뇨환자를 위한 렌즈 개발이 국내 기업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아직 전세계적으로 임상시험에 들어간 연구가 없는 것으로 파악되는 가운데, 국내 기업 ‘화이바이오메드’는 "내년 식품의약품안전처 임상 착수를 추진 중"이라고 11일 밝혔다.
한세광 화이바이오메드 대표 겸 포항공대 교수/포항공대 제공
지난 4월 과학 전문 외신 ‘사이언스데일리(Sciencedaily)’는 "전세계적으로 웨어러블 기기 개발이 본격화됐음에도 당뇨와 합병증 진단·치료를 위한 무선 의료기기 상용화 연구는 아직 미흡하다. 최초 개발을 통해 산업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는 한세광 화이바이오메드 대표(포항공대 신소재공학과 교수)의 포부를 전했다. 영국의 당뇨 전문 온라인 커뮤니티 ‘당뇨(diabetes)’도 화이바이오메드가 개발한 렌즈를 ‘선구적인 렌즈(pioneering lenses)’라고 소개했다. ◇구글이 포기한 미개척 분야… 정부·전문가·외신 일제히 장밋빛 전망
구글의 모기업 알파벳은 2014년 수십억 달러(수조원)를 투자해 당 측정용 렌즈 개발에 들어갔지만 2018년 중단했다. 이를 보도한 CNBC는 "미국에서만 1억명이 당뇨나 당뇨 전단계의 질환을 앓고 있으며 혈당 체크를 위해 매일 여러 번 손에 주사바늘을 찔러야 한다. (렌즈 등을 통한) 비침습적인 당 측정 방식은 이들 시장의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어 여전히 업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우리나라 정부도 이같은 변화를 예상하고 있다. 식약처는 지난해 11월 ‘스마트 콘택트렌즈’의 상용화에 대비해 개발 제품의 효능과 안전성을 심사하고 생산·판매를 허가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식약처는 "콘택트렌즈를 이용해 당을 측정하는 시대가 열리고 당뇨 환자들이 채혈의 고통에서 벗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의료 전문가들은 실제로 렌즈를 통한 헬스케어 구현이 가능하다고 봤다. 이날 한지상 강북삼성병원 안과 교수에 따르면 눈물에도 피처럼 건강을 가늠할 수 있는 다양한 생체물질이 들어 있기 때문에, 혈당 대신 누당 수치를 측정해서 당뇨 등을 진단할 수 있다. 다만 눈물과 혈액 속 성분 농도가 서로 같지는 않기 때문에 눈물과 질병 사이의 상관관계에 대해 더 연구할 필요가 있다. 렌즈 착용으로 인한 안구건조증, 결막염 등의 부작용 방지도 중요하다. 치료까지 가능한 렌즈도 연구되고 있다. 눈물 속에 약물을 주입해서 약물이 주사기 없이도 몸속에 자연스레 흡수되도록 하는 원리다. 신영주 한림대강남성심병원 안과 교수는 "렌즈를 통해 항생제와 소염제는 물론 우울증 등의 질환 치료제를 주입하려는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글의 모기업 알파벳이 수십억 달러(수조원)를 들여 개발에 들어갔으나 2018년 포기했던 누당 측정용 콘택트렌즈의 모습. 렌즈 안에 작고 투명하고 유연한 전자부품들을 내장해야 한다./구글 ◇韓, 적외선 예방·약물 치료 가능한 제품 임상 추진… 스트레스 관리까지
화이바이오메드는 실명으로 이어질 수 있는 당뇨 합병증인 ‘당뇨성 망막증’ 예방용 렌즈를 개발해 현재 토끼를 대상으로 전임상을 진행 중이다. 당뇨성 망막증은 안구 속에 모세혈관이 지나치게 많아져 생기는 병이다. 회사측은 렌즈가 적외선을 내뿜어 모세혈관을 사전에 제거함으로써 예방하는 원리를 활용하고 있다.
신상배 화이바이오메드 연구소장은 "빛이 동공을 통해 안구 속으로 곧바로 들어가 망막과 시세포를 직접 자극할 수 있기 때문에 치료 효과가 높다"며 "내년 임상 착수를 목표로 올해 안에 전임상을 마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당 수치를 낮춰주는 약물을 렌즈에 넣은 후 일정 주기로 안구에 흡수시키는 방식도 준비 중이다. 신 소장에 따르면 사용되는 약물은 얇은 렌즈 안에 적은 양만 넣어도 다량의 인슐린과 같은 효능을 낼 수 있다. 내년 전임상에 들어갈 계획이며 전임상·임상용 시제품 생산을 위해 콘택트렌즈 생산 전문업체 ‘인터로조’와 협의 중이다. 누당 농도에 따라 색깔이 변하는 콘택트렌즈를 개발한 정의헌 GIST 교수팀의 연구 내용/사이언티픽 리포트 화이바이오메드 외에 별도의 연구를 진행 중인 국내 연구자그룹들도 있다. 지난 5월 정의헌 광주과학기술원(GIST) 의생명공학과 교수 연구팀은 누당 농도에 따라 반사되는 빛깔이 달라지는 렌즈를 개발해 네이처 자매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발표했다. 렌즈의 색깔 변화를 체크하며 당 수치 관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누당 외의 바이오마커 진단 연구도 진행 중이다. 박장웅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의학연구단 연구위원 연구팀은 연세대·명지대와 함께 눈물 속 스트레스 호르몬 ‘코티졸’의 농도를 실시간 측정할 수 있는 렌즈를 개발했다고 전날 밝혔다. 연구팀은 향후 심혈관질환을 유발하는 콜레스테롤 측정용 렌즈 개발에도 착수할 계획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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